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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2014년 5월 7일 어쩌면 아무렇지 않을 일이 바람처럼 지나간다. 뷰민라는 일방적으로 취소되었고 그린플러그드는 일정이 연기되었고 2호선에서는 큰 사고를 가까스로 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엔 2012년 초부터 살았던 집에서 이사를 했고 4년 간 같은 건물에서 2층과 1층 3층을 차례로 옮겨다니는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 예정에 없었던 이사 때문에 계획보다 더 빨리 돈을 벌어야 하고, 자취를 하면서 풀어냈던 독이 다시 쌓이는 게 느껴진다. 며칠 전 언젠가는 광화문 별다방에서 너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봤고 그날 거기에서 너와 마주칠 확률은 얼마일까 생각했다. 요즘은 영화 광고를 봐도 기대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일이 별로 없다. 시나리오를 작가가 썼을까 감독이 썼을까. 작가는 글을 수십 번 고쳤을까 수백 번 고쳤을까, 촬영이 ..
하루에 한 장 - 2014년 4월 24일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으니 이번엔 여기까지만 보여줄게. 라는 느낌혹시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결국 그웬이 죽네 TT 그웬 아버지가 피터의 시점에서 계속 등장하는 게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본인 선택으로 사지로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안타까운 건 사실메리제인이 3편부터 등장한다는 데 그웬과의 관계를 여기서 정리하고 가려고 그랬던듯 여러모로 어벤져스 쪽으로 합치질 못해서 아쉬운 건 계속되고 (소니가 잘못했네)감독 코멘트를 보니 앞으로도 독자적으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나가겠지 -.-...이러다가 나중에 크로스오버 이벤트라도 넣어주길 바랄 뿐아. 어거스트에서 바바라의 이모부로 나왔던 아저씨가 노먼 오스본 역을 맡아 반가웠음 이야기 짜임새 자체는 윈터솔져가 훨씬 단단함스파이더맨에선 피터와 해리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라는..
하루에 한 장 - 2014년 4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의 장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미망인은 운전하던 첫째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고는 길에 구토를 한다. 갑자기 황량한 평원으로 달려가는 엄마와, 엄마를 쫒아가는 첫째.8월의 해가 덥히는 공기 속을 달리던 두 모녀가 지쳐 쓰러진다. "어딜 가는 거야. 갈 데도 없는데..."그래. 갈 데가 없다. 한여름 집안 같은 진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도망갈 수가 없다. 미국 중서부 지역 어딘가 (영화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 가상의 지역 같다) 노년의 작가와 아내. 세 딸은 부모를 찾지 않은 지 오래. 남편은 술에, 아내는 약에 의지해 수십 년을 살아 온 모양. 인디언 가정부를 고용한 남편. 다음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다. 삼 일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신고를 하고 가족들을 호출하는 바이올..
하루에 한 장 - 2014년 3월 30일 믿음이라는 단어 하나를 이렇게 잘 풀어놨다. 대단하다. (아래는 제대로 스포일러) 영화를 보고 나서 곱씹어 보면 의외로 관심이 가는 장면은 캡틴과 로마노프가 짧은 대화를 하던 부분이다. 그러니까, 캡틴이 실드의 진실을 알고 난 후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팰컨의 집으로 도피한 후의 모습. 한숨 돌리고 난 후의 인간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떠올릴 수 있을 감정은 배신감, 환멸감 같은 것. 하나밖에 없던 친구도 잃고 자기도 죽어가면서 (페기나 반스와 같은 시간을 살지 못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은 이후의 생 같은 느낌) 막으려 했던 위협이 버젓이 살아남아서 모두를 기만하고 있었다는 사실. 로마노프가 분위기를 눈치채고 물어본다. 괜찮냐고. 그런데 캡틴, 의외로 담담하게 실패를 받아들인다. 너무 화가 나면 화가 나지..
하루에 한 장 - 2014년 3월 22일 어쩌면 진짜 주인공은 이 여자 픽션은 픽션이라 해도 역사가 마음대로 왜곡되는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애매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실제로 그리스에 고통받았을 페르시아의 후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전작에서 사절을 죽이는 야만성이 외세의 압박을 대하는 나라의 자존심으로 포장되었을 때, 그리고 그런 장면을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었을 때, 이미 무지 혹은 무시의 시선을 준비해 놓았나. 우리 나라의 일이 아니니까. 어제 혹은 며칠 전, 트위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성폭행 관련 기사에 대한 (일반적인) 남자들의, "내 가족이 당한 일이었다면 가해자를 죽였을 것이다" 라는 반응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 가족을 앞에 세우고 나서야 분노할 수 있다면 그 분노는 얼마나 변하기 쉬운 것인지. 라는 의문..
드라마 - 보통의 연애 짙게 비가 오는 밤, 파출소 앞.우산도 없이 걸어가던 여자가 멈춰선다.뒤따르던 남자 앞에서 잠시 망설이더니 옆에 붙어있는 살인 용의자 수배 전단을 가리킨다. "우리 아빠예요."남자, 물끄러미 전단을 본다. "아는데."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보통의 연애. 두 사람에게서 느낀 공통점은, 현실도피. 윤혜는 아버지가 진범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억울하다" 라던 아버지의 말을 믿기에, 속죄하듯 매일 동네를 청소하는 할머니도, 자신을 내보내려 하는 직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범이 하루빨리 잡혀서 아버지가 누명을 벗는 것이 윤혜의 바람. 재광에게 형은 어머니를 막아주던 바람막이였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던 형의 부재. 재광은 형이 죽었다는 사실과, 어머니의 기대를 뒤로 하고, 도망친다..
잡담 - 2014년 2월 27일 살아있다. 살아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이 수십 년에 걸쳐 비슷한 종류의 오해를 받는다면 그건 오해가 아닐지도 모른다.자기만 모르는 자기의 어떤 얼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2월의 언젠가는 되게 오랜만에, 아름다운 세계에서 사람들이 웃고 우는 걸 보면서 날 잊었었다. 보통 이렇게 나도 잊고 시간도 잊을 때엔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고통을 느끼게 된다. 안 쓰던 근육을 움직일 때 느끼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시점을 하루종일 5cm 앞으로 두다가 먼 곳의 사물을 볼 때 눈이 아픈 그 느낌.지켜야 할 선에 대해 생각하는 것. 타인의 있고 없음과 나의 있고 없음에 우열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별개로, 존재한다, 라는 걸 깨닫는 것. 그래서 나도 남도 객관적으로 물끄러미 보는 것.희망사..
하루에 한 장 - 2014년 2월 1일 집에서 같이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영화가 선택될 때가 많은데, 요즘은 반감이랄까, 그런 게 덜해졌다. 뻔한 진행이라도, 짜증나는 신파라도,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내가 골랐을 법한 영화와 다를 게 없으니까처음 생각했던 것: 현재 노년의 풍경. 자식을 잘 키웠다는 것으로 생활의 힘을 얻고, 며느리를 병원에 보낼 정도로 구박하고 손주들을 감싸고 예뻐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이성에 설레고 싶어하고 어느 순간 주변에 누군가가 영원히 사라지기도 하고, 그리고 젊어지고 싶어하고 그 다음 생각했던 것: 면죄부.자식을 키우기 위해 다른 집을 망하게 했던 과거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피해자에게 머리끄덩이 한번 잡히는 걸로 어물쩡 넘어가버리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을 했으니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