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진짜 주인공은 이 여자
픽션은 픽션이라 해도 역사가 마음대로 왜곡되는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애매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실제로 그리스에 고통받았을 페르시아의 후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전작에서 사절을 죽이는 야만성이 외세의 압박을 대하는 나라의 자존심으로 포장되었을 때, 그리고 그런 장면을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었을 때, 이미 무지 혹은 무시의 시선을 준비해 놓았나. 우리 나라의 일이 아니니까.
어제 혹은 며칠 전, 트위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성폭행 관련 기사에 대한 (일반적인) 남자들의, "내 가족이 당한 일이었다면 가해자를 죽였을 것이다" 라는 반응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 가족을 앞에 세우고 나서야 분노할 수 있다면 그 분노는 얼마나 변하기 쉬운 것인지. 라는 의문 또는 성토. 마음의 거리에 따라 사람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 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나름 공통적이라면 공통적이라고 생각했던.
줄거리는 외세의 침입을 독립적인 세력들이 단합해서 이겨낸다 - 인 것 같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헐리우드스럽다 해야 할까. 수비하는 쪽이 정의롭게 보이도록 포장질하는 것도 좀 지겹다. 주인공 아저씨가 마침내 끝판왕을 물리치고 (왠지 속편이 또 나올 것 같은 설정이었지만) 일단은 평화가 찾아왔따...가 결말. 다르게 보면, 온 가족이 겪은 수모와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평생을 발버둥치던 한 인간이 실패하고 끝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씁쓸한 생을 비추는 영화인가 싶기도.
잘린 팔다리가 사방에 난무하고 칼이 가는 곳마다 피가 솟구치는 액션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확실히 느낀 부분. 그리고 뜬금 베드신 어쩔 -.- 소리 듣고 벙찌던 경비병들 가면 속 표정이 내 표정인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