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삶, 가족의 삶, 미국인의 삶.
비포 선라이즈 이후 시리즈를 만든 감독분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보고 나서야 알았다.
곱씹어 보면 참 비슷한 것이,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안 보여주는 모습이 있을테고 그게 주관이겠지만)
주인공의 삶 자체를 통째로 담아서,
이런 색과 저런 그림자와 그런 소리가 있으니
판단은 너의 몫. 이라면서 무심한듯 싴하게 툭 던져주는 느낌이 닮았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집세를 내야 하지만 먹고 살기는 하니 중산층으로 생각해도 되겠지)
편모 밑에서 자라는 소년 제이슨의 청소년기를
- 일상을 기억할 수 있는 나이부터 시작해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기 전 12년 동안의 생을 보여주는 영화
후반부에 "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 라는 대사를 듣고 나선
영화 주인공이 엄마이기도 하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력이 없는 시기에 아이를 가지고 이후
이혼과 쓸데없는 남자관계를 거치면서
힘들게 학위를 따서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지만
그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난 뒤 홀로 남은 집이 공허하게 울리는 것
짐을 싸는 아들의 가벼운 몸놀림에 화가 나는 것
대부분의 정상적인 - 자식을 사랑으로 키운 - 부모라면 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지만 제이슨은 불만이 없었을까. 전혀 힘들지 않았을까.
엄마가 만나는 남자들의 술주정과 폭력으로 삐뚤어질 만도 한데 다행히,
씩씩하게, 잘 자랐다. 아마 친부의 사랑과 관심 덕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부부가 저지른 실수를 자식이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경제력 없이 출산한 것)
고민거리며 좋아하는 것을 가감없이 주고 받는 모습.
엄마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또는
생활에 떠밀려 보여줄 수 없었던 종류의 관심이었지
(엄마가 만난 남자들 중에 가장 올바로 된 인간이
제일 처음 이혼한 남편이라는 게 압박)
대체 미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얼마나 많은 가족이 부서지고 있길래
비슷한 영화를 많이 접하게 되는 걸까
(디센던트, 블루 발렌타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 내가 본 것만 이 정도네)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은 제이슨처럼 탄탄한 마음으로 사회에 나가고 있나
손찌검까지 하던 두 번째 남편의 친자식들이 걱정된다.
걔들은 삐뚤어지지 않고 잘 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