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부터는 이전만큼은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후회할 일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출근길 버스를 내리다 부딪친 팔처럼 기억 파편이 조금씩 남아 있다.
화를 내고 싶어서 화를 냈을 뿐이다. 이성적인 회사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가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좀더 일찍 깨달았으면 다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빡쳐서 아무 쓸모 없는 말을 할 때는 왜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이 없을 때 부정적인 말만 남는다. 정말 여러 번 봤으면서, 얼마나 추한지 잘 봤으면서 똑같이 했었구나 나도.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결함은 사실 거울이었다. 내 부족함에 화를 내다 지치면 항상 분노를 투사할 타인을 찾았다. 밖으로 나왔는지와 상관없이 감정은 기억에 꾸준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