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허리는 결국 해결 못했다. 신규등록한 동네 짐의 트레이너는 
뼈를 교정해 줄 수는 없고 대신 코어 근육을 기르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날개뼈나 골반뼈나 오른쪽만 앞으로 나와 있고 
이 불균형이 모든 통증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턱걸이를 할 때 오른쪽 어깨만 올라가는지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언제쯤 나아질지, 나아지기는 할지도 물음표인 상황.

스티브가 70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노트를 사용했다면 
버키는 자기가 죽이지 않았지만 죽인 사람을 찾기 위해 노트를 사용했다. 
정확하게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려고. 
본인이 편하려고 유족을 찾아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죽였고, 나는 아직 살아있으니, 
남아있는 시간 동안 마음껏 나를 미워해도 된다는 의미.
노트가 완성된 이후에 버키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 있나, 궁금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평범한 사람들과 내가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20년이 넘게 걸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 결과였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관찰해 본 바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면 최소한 세 부류 중 하나는 되어야 했다. 
외모가 정말 좋거나, 말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많거나. 
나는 아무도 아니었다. 
"아무도 아니면 최소한 열심히 살기라도 해라" 가 세상이 나에게 줄곧 던져준 메세지였는데, 열심히 무시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나겠지.

이런 나라도 나름의 쓸모는 있었고 그 쓸모는 말라깽이씨와 이별하면서 같이 끝났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도 없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더 살 이유를, 굳이, 찾아아 할까.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내 삶은 나만의 소유는 아니다. 
사촌동생이 먼저 떠난 후에 이모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알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너무 크고 막막하다. 
그러니, 나는 살아있어야 한다. 
인간의 됨됨이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받고 있고, 
내 공허가 주변 사람들이 겪을 고통 만큼의 가치는 없기 때문에. 

불균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상태로, 없는 의욕을 억지로 만들어서 살고 있다.
가식도 삼년이면 성품이 된다는 말만 붙잡고.
열 아홉에도 스물 여섯에도 이렇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 살아 있으면 뭔가 나아질까.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