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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2013년 7월 26일

 마가 휴가를 갔다. 창가 아래 슬기 시작한 곰팡이도 당분간은 그대로일 것 같고, 눅눅한 바닥도 잘 마르지 않는 빨래도 빗물먹은 바지도 한동안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와서 그런건지 더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몸이 약해져서 그런건지, 약간은 무료하고 다소 무력한 일상. 괴롭힐 사람도, 괴롭힘을 받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떠나야 하는데, 붙잡지 않는데, 떠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

 어야 했는데 - 로 시작하는 후회는 요즘은 내가 질려서 잘 하지 않는다. 졸업은 학교를 떠나는 것 자체로 의미를 가졌고 회사는 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오롯이 충분했다. 백수가 되어도 일 년 동안 여행을 떠나도 누구도 날 잡을 수 없게 되기까지 앞으로 한 달. 남들처럼 산 적이 없으면서 남들 하는 생활을 따라가려니 힘든 것 같지만, 사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것 뿐인걸. 재미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래. 재미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해서 재미가 없다. 내 진도를 남들이 기다려주지 않아서, 이런저런 소리를 듣게 되니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관심 없는 데에는 손톱 만큼의 마음도 애정도 주지 않아서 점점 더 하는 일을 재미없게 만든 내 성격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가고, 뭔가 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질 것 같다.

 가 돈을 벌지 않으면 여파가 나 하나로 끝나니 있는 집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다. 삶이 불안하다면 자유로워서이고 구속된 삶이 안정적이라는 글도 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힘을 내고 싶지만 여전히 내 마음도 모르는 나는, 내 사기에 내가 속는 나는, 남들이 하니 좋아보이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걸 아직 구분 못 하는 나는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다. 막연하게 희망하는 대로 흘러가서 맞춰 살면 즐거울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렇게 보면, 보낸 이력서에 아무 답장이 없는 것도, 지금보다 못한 회사에 가서 더 고생하고 사는 것도 중요한 문제는 아닌거지.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바꾸는 게 아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